일정 : 시작 시간이 있는 것
할 일 : 마감 시간만 있는 것
일정_미팅, 강의, 세미나, 워크숍, 항상 몇 시부터 시작이라는 ‘시작 시간’이 있다. 마감 시간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다. 시작은 하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일들이 있기 때문. 일반적으로 업무의 연장선인 회식이 그러하다. 또는 최근 있었던 필리버스터 또한 시작 시간은 있으나 마감 시한이 없는 대표적인 일정이다. 위와 같은 업무들을 우리는 할 일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시작 시간이 있는 할 일도 존재할 수 있지 않은가? 그렇다. 시작 시간이 있는 할 일도 존재한다. 우리 회사의 디지털 광고가 오후 2시에 시작해야 한다고 하면, 오후 2시에 직접 광고 시작 버튼을 누르는 것은 시작 시간이 있는 할 일이다. 또는, 대표님께서 오후 1시에 거래처에서 결과가 나올 예정이니 빨리 알아보라고 한다면 1시에 해야 할 일이다. 이런 것들은 시작 시간이 있지만 일정이라고 부를 수 없다. 하지만 나는 반드시 시작해야 할 시간이 있는 할 일들은 일정처럼 높은 중요도로 설정하기 때문에, 캘린더에 일정으로 등록해 두기도 한다. 절대 잊지 않기 위해서다. 따라서 시작 시간이 있는 할 일은 중요도에 따라 일정이 될 수도 있다.
할 일_할 일은 마감 시간이 있다. 회의록 작성하기, 거래처에 전화하기, 메일 보내기, 미팅 일정 잡기, 이런 할 일들은 시작 시간이 없다. 우리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나 업무가 밀리기 전에 그 일을 끝내기만 하면 된다. 회의록은 다음 회의가 도래하기 전(a.k.a 동료들이 회의록을 찾기 전)까지만 정리하면 되고, 거래처에 전화하는 것은 거래처 사람이 통화하기 편한 시간을 물어보고 그에 맞춰 전화를 걸면 된다. 메일 보내기는 너무 늦지만 않으면 언제든 보내도 되고, 미팅 일정 잡기는 우리가 원하는 시간에 상대방의 일정이 비어있기만 한다면 5분 전에 잡아도 된다. (물론 그건 매너가 아니다) 따라서 할 일은 시작 시간은 없고, 마감 시간이 있다.
자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을 미루는 이유는 무엇인가? 반드시 시작해야 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시작 시간이 없고 마감 시간만 있다면 진짜 마지막의 마지막이 될 때까지 할 일을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할 일은 계속 뒷전이 되는 것이다.
할 일을 미루지 않는 방법은 무엇인가? 당연히 할 일에 시작 시각을 부여하는 방법이다. 마감 시간만 있는 할 일에 언제 시작해야 할지 시작 시각을 정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일정으로 등록을 해버리면 우리는 그 시간에 반드시 할 일을 시작하고, 마감 시간 전에 할 일을 끝마칠 수 있다. 할 일이 미뤄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